공지사항

  • [언론기사] 'TIPS 대부' KAIST 창업원장 '지역+과학'에 꽂히다
  • tbic |
  • 2021-07-21 09:17:07|
  • 192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3588

[인터뷰] 김영태 KAIST 창업원장
이스라엘식 창업지원 '팁스' 기획
"지역 혁신 시스템 본격화해야"
"과학창업 생태계가 성장엔진"

김영태 KAIST 창업원장과 첫 만남은 2017년 6월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였다. 당시 그는 중소기업청(現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정책과장이었다. 기업가정신 포럼 패널로 참석했던 그에 대한 첫인상은 경청이었다. 말을 늘어놓기보단 질문하고 듣고 메모하던 모습이 인상에 남았던 이유다. 그때 그는 압축성장으로 만들어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를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했다.

KAIST 창업원장으로 부임한 그를 지난 16일 다시 만났다. 압축성장과 벤처 지원에 대한 과거 화두를 꺼내자 그는 그간 축적해온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대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시대'라고 언급하고, 당시로선 압축성장과 경사형 경제개발 방식만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압축성장, 국가 중심의 혁신 시스템, 수도권 중심 사고방식의 패러다임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문을 뗐다.

"국가 혁신 시스템이 아니라 지역 혁신 시스템이 본격화해야만, 그동안 일궈온 유무형의 자산을 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개발 5개년 시기는 인력, 자원 모두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몰아줘야 했어요. 그러나 앞으로도 기존 혁신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성장 동력은 물론이고 그간 쌓아온 자산까지 깎아 먹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혁신 시스템은 바로 '지역 중심 창업 생태계'다. 특히 KAIST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과학 창업' 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그는 KAIST 대전 본원이 있는 대덕연구단지가 '사이언스 스타트업' 집적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술 창업을 넘어 긴 호흡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우주·기후변화 대응 창업은 대덕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일극주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혁신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미래 핵심 동력인 기술창업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겠죠. 절체절명의 주제입니다. 저는 기술창업을 넘어 과학창업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사이언스 스타트업은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나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을 접목한 창업을 말합니다. KAIST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집적한 대덕연구단지만이 할 수 있는 창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지역의 역할 재정립과 혁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창업혁신국가 '이스라엘통' 

그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경제관료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벤처투자, 정책 지원 업무를 맡았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 경험이 벤처창업 지원에 눈을 뜬 계기라고 말한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총 2년간 이스라엘 벤처 창업 생태계를 목격했다. 당시 김일수 이스라엘 대사와 '탈무드 창조경제'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2년? 4년 같은 2년이에요.(웃음) 이스라엘이 지닌 혁신창업 생태계를 목격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죠.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 핵심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위험감수)입니다. 정부가 민간 투자를 따라가서 창업가에 투자하는 건 위험을 동반합니다. 제가 책을 쓰고 이스라엘식 창업지원 정책을 기획했던 이유입니다."

김 원장은 2012년 이스라엘에서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기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팁스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을 일컫는다. 민간 벤처캐피털이 우수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정부가 뒤따라 자금을 얹어주는 이스라엘식 창업지원이다. 기획 보고서 작성 1년 뒤인 2013년 팁스 정책이 본격화됐다. 팁스는 초기 벤처 성장에 마중물 역할뿐만 아니라 팁스라는 이름 자체로 검증을 한 번 거쳤다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스라엘은 정부 예산이 많지 않습니다. 시장의 역할이 큰 나라에요. 시장 중심 사고방식이 훈련된 국가입니다. 우리나라도 시장과 정부의 역할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하는 시기입니다. 축구장에서 농구할 수 없고 농구장에서 축구할 수 없는 것처럼 혁신 성장의 플레이 그라운드 윤곽을 다시 짜야겠죠.(웃음)"

◆창업 규제혁파 앞장..."이스라엘식 벤처 놀이터 가꾸겠다"
 
김영태 KAIST 창업원장은 지난 4월 부임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영태 KAIST 창업원장은 지난 4월 부임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 원장은 올해 초 중기부 국장 자리를 내려놓고 KAIST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이광형 KAIST 총장 발탁으로 창업원 수장이 됐다. 이 총장의 '1랩 1창업'을 실현하려면 규제 혁파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진두지휘할 인물로 김 원장이 발탁된 것이다. 

실제로 KAIST는 김 원장을 중심으로 최근 교원·학생 창업 절차 간소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간 KAIST 창업원 내부에 있던 K-School도 기술경영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앞으로 창업원이 창업을 지원하는 '서비스기관'이 되겠다고 목표했다. 

김 원장은 "창업원은 실전 창업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현재는 혁신창업의 바다라는 글로벌 시장을 항해하기 위해 배를 정비하고 엔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에선 벤처들이 즐겁게 논다"면서 "KAIST에서도 벤처가 놀이가 될 수 있도록 토양을 갈고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