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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ST창업원] 구리선보다 50배 빠르고 가격은 광섬유 3분의 1...차세대 케이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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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09: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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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선보다 50배 빠르고 가격은 광섬유 3분의 1...차세대 케이블로 ‘데이터혁명’ 도전한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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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 배현민 KAIST 교수 개발한 차세대 케이블 ‘E-튜브’
빠른 전송 속도에서 많은 데이터 양 보내
美 몰렉스, E-튜브 양산…아마존 데이터센터에 적용
매출 1000억원 달성 전망…“활용 분야 넓힐 것”




배현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달 7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 농담 삼아 얘기하지만, 신은 인류에게 저주파를 흘리라고 구리선을 줬습니다. 고주파를 보내는 건 신의 의도가 아니에요.
배현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E-튜브 발명자. 

 

데이터는 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뒤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됐다.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 이후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과 인류가 가려는 우주까지 모든 산업은 데이터를 더 빨리, 더 많이 보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낼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유선 케이블이다.

유선 케이블은 구리로 만든 ‘동축 케이블’과 빛을 신호로 하는 ‘광케이블’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도체인 구리선은 신호가 고주파로 갈수록 전기장과 자기장이 강해지고, 저항이 높아지는 이른바 ‘표피효과(Skin Effect)’로 전송 효율이 줄어든다. 광케이블은 부도체로 만들어져 케이블 내부에서 빛을 반사하며 전송하기 때문에 손실량은 적지만, 모든 구리선을 대체하기엔 가격이 비싸다.

지난 7일 대전 유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만난 배현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도 데이터 전송의 한계에 부딪힌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러던 중 배 교수의 눈에 들어온 게 백화점에 있는 분수였다. 뿜어져 나오는 물에 빛을 쏴 색을 입히는 색깔 분수였는데, 배 교수는 전자기파인 빛이 밀도 높은 물에서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는다는 ‘도파관 원리’를 떠올렸다.

배 교수는 “전자기파는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는 신호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밀도가 높다면 플라스틱도 되고 스펀지도 되고 뭐든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쓰던 구리선은 자유전자 때문에 사용했지만, 한계가 너무 명백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때 색깔 분수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부도체로 데이터와 신호를 보낸다는 게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무선 통신은 이미 공기라는 부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신호를 증폭시켜 멀리 보내고, 정확히 일부분만 수신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신호가 광범위하게 흩어지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를 보내기에 적합하지 않다.

배 교수가 내놓은 차세대 케이블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E-튜브’다. 송신 장치에서 전자기파를 내보내면 플라스틱에 공기를 주입해 스펀지처럼 만들어진 소재를 따라 이동한다. 전자기파는 반대편 커넥터를 구성하는 안테나에 도달하고 반도체 칩에서 데이터 처리돼 수신 장치로 들어간다.

E-튜브 개발을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다행히 KAIST에서 당시 5억원에 이르는 케이블 실험 장비를 지원했고, 빠르게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배 교수는 멈추지 않고 2014년 초고속 통신 전문업체 포인투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논문을 확인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인텔은 이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인수합병을 통해 포인투테크놀로지의 기술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처음엔 연구실의 석사과정 학생들을 데리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E-튜브가 정말 된다는 걸 증명했다”며 “그다음엔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사업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도 많았지만, 우리가 투자받아 직접 개발하고 판매하자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튜브의 어떤 점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매력적이었을까. 해답은 데이터 속도와 전송 속도다. 데이터 속도는 네트워크를 통해 지정된 시간 동안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전송 속도는 초당 전송되는 신호를 말한다. 흔히 전송 속도가 올라갈수록 데이터 속도가 정체되는 한계에 부딪힌다. 전송 속도가 초당 110기가비트(Gbps)라고 치면 구리선은 최대 데이터 속도가 150Gbps, 광케이블은 350Gbps에 머문다. 하지만 E-튜브는 110Gbps의 전송 속도에서 데이터 속도가 450Gbps에 이른다. 소재가 흔히 쓰는 플라스틱 소재인 덕에 가격은 광케이블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흔한 소재라고 해서 제작법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E-튜브는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플라스틱에 공기를 넣어 스펀지처럼 변한 소재를 사용해 가격이나 유연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소재의 밀도와 접착 방식 등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라 고도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배 교수 연구팀도 적합한 제조법을 찾기 위해 40개가 넘는 시제품을 제작했다.

E-튜브는 미국 전자 네트워크 기업인 몰렉스(Molex)가 생산하고 있다. 몰렉스가 생산한 E-튜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아마존으로 납품된다. E-튜브가 아마존웹서비스(AWM)의 데이터센터에 본격적으로 설치되면 1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 교수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전기차와 항공기 분야로 데이터 전송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 교수는 “포인투테크놀로지가 확보한 E-튜브 관련 특허만 100개 넘는다”며 “국내에서는 E-튜브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삼성전자(72,900원 ▼ 400 -0.55%)와 함께 협력해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E-튜브가 차세대 케이블로 주목받은 뒤 양산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기업이 여러 곳에 이른다”며 “특허에 대한 사용 비용만 지불하면 어느 기업이든 다 만들어서 쓰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Scientific Reports(2020),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0-75363-4

Scientific Reports(2015),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rep16062


송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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