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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바젠] "세계 첫 뇌질환 RNA 신약 기술수출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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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07: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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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news/society/10945167


'바이오 최전선' 의과학자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석좌교수
뇌질환 제약사 소바젠 창업
체성 돌연변이 세계 최초 규명
뇌전증약 후보물질 임상 2상
또다른 RNA신약 해외서 관심
의과학자 양성시스템 필요



◆ 바이오 최전선의 의과학자 ◆






"아직까지 국내에는 완전히 새로운 질병 발생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혁신 신약이 없습니다.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한 선례를 만들어야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확장하고 우수한 의사과학자들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소바젠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이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주목받는 혁신 신약이 개발되는 등 실제 성과가 이어지다보니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산업이 성장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8년 난치성 뇌질환 분야의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발을 목표로 소바젠을 설립했다. 소바젠은 환자의 뇌 조직에서 질환의 원인이 되는 '체성 돌연변이'를 규명하고, 자체 구축한 뇌 체성 돌연변이 동물 모델에서 이를 검증해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연세대 의대 재학 시절부터 20년 넘게 뇌질환을 연구해왔다. 뇌질환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고 아예 기전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지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이 교수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 교수는 수정 이후에 발생하는 체성 돌연변이와 뇌질환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전까지 뇌질환 연구는 자식에게 유전되는 생식세포 돌연변이에 집중돼 있었다. 이 교수는 뇌 신경 줄기세포에서 국소적으로 생긴 체세포 돌연변이가 뇌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연구를 시작해 난치성 뇌전증, 악성 뇌종양, 알츠하이머병 등의 원인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관련 연구 결과들은 네이처, 네이처메디신 등에 연이어 보고됐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뉴욕과학아카데미 '혁신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뇌질환의 원인을 찾은 다음 해야 할 일은 치료제 개발이었다. 이 교수는 2016년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세계 첫 리보핵산(RNA) 치료제인 '스핀라자'에서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힌트를 얻었다. 그는 "뇌질환 약물은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에 2018년 소바젠을 세우고 기존 기술로는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뇌질환에 대해 RNA 치료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바젠이 가진 기술력의 최대 강점으로 확장성을 꼽았다. 그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체성 돌연변이 메커니즘을 뇌뿐 아니라 간, 췌장 등 모든 장기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체의 2만여 개 단백질 가운데 현재 합성 신약이나 항체 신약으로 표적할 수 있는 단백질은 700여 개에 불과하다"면서 "반면 RNA 치료제는 이론적으로 모든 단백질을 타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RNA 치료제는 질병의 원인인 단백질 발현 이전인 RNA 생성 단계에서 발현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임상 성공률도 높다.

소바젠의 올해 목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는 국내 바이오 벤처 업계에서도 하루빨리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는 이 교수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이 교수는 "국소피질 이형성증 2형(FCD Ⅱ)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 'SVG103'의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긍정적인 초기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올해 목표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RNA 치료제 가운데 비임상 또는 연구 단계에서 기술수출된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 영장류 실험 결과가 있는 RNA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해 올해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을 통해 기술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바젠은 KAIST 내 의과학 분야 기반 신약 개발 교원 창업 1호 기업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과학자가 돌연변이처럼 나오도록 하고 있어 의사 수백 명 중 한두 명꼴로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의대 교육 과정을 통해 환자를 돌보지 않고 연구에만 몰입하는 의과학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시스템적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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