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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크라스코리아] “암환자 1만명 유전체 데이터, 맞춤형 진단 치료 시대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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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8 10: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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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크라스 창업자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인터뷰
모든 유전자 살피는 ‘전장유전체 분석(WGS)’으로 업계 주목
창업 4년 만에 누적 투자 유치액 600억원
신약 개발에도 유전 정보 활용

 

암 정복은 인류의 꿈이다. 과학계와 의학계에서 암을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주영석·이정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공동 창업한 ‘이노크라스(옛 지놈인사이트)’도 그 중 하나다. 이노크라스는 창업 4년 만에 누적 투자액 600억원을 달성하며 연구계뿐 아니라 투자업계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지금은 직원 수만 100명에 가까운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이노크라스는 암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해 진단과 치료를 돕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언뜻 보면 기존 유전체 분석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이노크라스는 ‘생략하지 않은’ 유전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른 기업이 유전체 데이터에서 암과 연관성이 알려진 수십개 유전자에 대한 정보만 제공했다면, 이노크라스는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다. 높은 진단 정확도는 물론 미래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이노크라스가 현재까지 확보한 유전체 데이터 규모는 1만명에 이른다. 전 세계 어느 유전체 분석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이용해 암 진단 서비스 ‘캔서 비전’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서초구 이노크라스 한국지사에서 만난 주영석 교수는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노크라스는 아직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은 투자를 유치한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 기술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노크라스(옛 지놈인사이트)를 창업한 주영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 한국지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노크라스(옛 지놈인사이트)를 창업한 주영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 한국지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노크라스의 가장 큰 자산은 전장유전체 분석(WGS) 데이터"라며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에도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노크라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전장유전체 분석(WGS) 회사로 시작했다. 전장유전체는 생명체가 가진 모든 DNA 정보를 말한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분석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는 아이디어였다. 기존 기업에서는 전장유전체라고 해도 일부 유전자만 분석할 수 있었다. 현재 시중에서 할 수 있는 유전체 검사는 실제로는 전체의 2% 정도만 보고 결과를 내놓는다. 생략없이 유전체를 분석하면 진정한 의미의 정밀의학을 구현할 수 있다.”

–전장유전체 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전장유전체 분석이라고 해도 모든 유전자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암과 연관성이 알려진 유전자만 선택해서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유전자 변이는 많이 남아 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유전자 변이가 항암제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면 모든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장유전체 분석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의 DNA는 30억쌍이 넘는다. 이를 데이터 용량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 당 200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몇 사람의 데이터만 모아도 컴퓨터 한대 분량이다. 데이터가 방대해 분석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속도가 생명이다. 이노크라스는 서버 단위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유전체 분석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의 모든 DNA 정보를 살펴보는 '전장유전체 분석(WGS)'을 통해 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장유전체 정보가 쌓이면 신약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 발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미 국립보건원
인간의 모든 DNA 정보를 살펴보는 '전장유전체 분석(WGS)'을 통해 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장유전체 정보가 쌓이면 신약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 발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을 설명해 달라.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다. 암 환자는 학습할 데이터는 국내에서 20만명, 전 세계적으로는 2000만명 정도 된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암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한다고 봤을 때 사람이 하나하나 분석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초기 모델로 테스트를 하고 있는 단계다. 결과도 꽤 정확하다. 다만 의료용으로 당장 사용하기는 어렵고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혹한기에도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그 비결을 무엇인가.

“유전체 정보의 중요성을 인정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전장유전체 정보를 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기업은 없었다. 우리는 전장유전체 정보의 중요성을 일찍 알고 데이터를 선점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만명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다. 미국은 의료 데이터의 집중도가 낮아 큰 규모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미국에서도 유전체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유전체 정보가 그만큼의 가치를 갖는가.

“단순히 암 환자의 치료를 돕는 것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중요하다. 앞으로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이용한 신약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약 개발은 질병을 유발하는 표적을 선정하고, 그 표적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하는 물질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는 이 모든 과정이 실험을 통해 이뤄졌다. 세포를 이용해 표적을 찾고 그 효과를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 반면 유전체 정보를 보면 기존 방식으로는 찾지 못하는 새로운 표적을 찾을 수 있다. 이전에 알려진 지식으로 나올 수 있는 신약은 다 나왔다고 보는 만큼 신약 개발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이노크라스의 암 유전체 분석 서비스 '캔서비전(오른쪽)'은 실제 환자의 유전자를 전부 분석해 효과가 높은 치료법을 제안한다. 기존 유전체 분석에서는 2%가 되지 않는 유전자를 사용하는 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이노크라스
이노크라스의 암 유전체 분석 서비스 '캔서비전(오른쪽)'은 실제 환자의 유전자를 전부 분석해 효과가 높은 치료법을 제안한다. 기존 유전체 분석에서는 2%가 되지 않는 유전자를 사용하는 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
 

–유전체 분석 암 진단 서비스 ‘캔서비전’은 무엇인가.

“병원에서 암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을 받아 전장 유전체를 분석하고 어떤 약을 처방하면 좋을지 보고서를 써주는 것이다. 가령 암 환자 10만명 중 환자와 같은 유전자 변이가 있는 다른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약을 찾고, 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시범 사업으로 일부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제공하고 있다. 당초 목표는 올해 초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의대 증원 갈등으로 다소 지연되고 있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올해 중반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전에는 유전체 분석 비용이 비쌌으나 지금은 비용이 저렴해져 환자 접근성도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캔서비전은 개별적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대량의 전장유전체 정보를 모으는 것이 우리 목표다. 단순히 유전체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결합해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가 모이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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